EU 기업결합 심사 기준 개편 논쟁...‘유럽 챔피언’ 육성 vs 경쟁 저해
-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 KBA Europe 제공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 드라기 권고에 따라 기업결합 심사에 '회복탄력성(resilience)' 기준 도입 추진
집행위원장 폰 데어 라이엔은 전 이탈리아 총리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의 글로벌 경쟁력 기업 육성 권고에 따라, 경쟁담당 집행위원 테레사 리베라(Teresa Ribera)에게 이번 달(2026.4) 중 기업결합 심사 방식 개편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함
기업결합 심사에 있어 기존의 경쟁 및 혁신 영향 평가에 더해 '회복탄력성(resilience, 공급 충격 대응 능력)'을 핵심 심사 기준으로 포함하려는 방침
이에 따라 기업결합을 추진 중인 기업들은 이미 자문사를 동원해 기업결합을 ‘회복 탄력성 강화' 논리로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임
경쟁 당국 및 전문가들, '회복탄력성-세탁(resilience-washing)' 위험 경고
전 EU 경쟁총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마소 발레티(Tommaso Valletti)는 '회복탄력성-세탁'이라는 실질적 위험을 경고하며, "회복탄력성은 다변화와 중복성에서 비롯되며, 시장 참여자 감소는 오히려 시스템 취약성을 높인다"고 지적
프랑스 경쟁청장 브누아 쾨레(Benoît Cœuré)는 기업들이 '회복탄력성'을 반경쟁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강조하며, "회복탄력성은 면죄부가 아니다"라고 경고
EU 경쟁국 부총국장(Deputy DG) 기욤 로리오(Guillaume Loriot)는 2월 OECD 파리 행사에서 "현재는 답보다 질문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폰 데어 라이엔의 요청에 따라 4월 중 개편 지침(guidelines) 초안 제출 압박을 받고 있음
회원국 간 입장 충돌…소규모 회원국들, '프·독 챔피언' 우려
2019년 EU 집행위는 경쟁 저해를 이유로 지멘스(Siemens)-알스톰(Alstom) 기업결합을 불허하였으나, 현 EU 집행위는 혁신 촉진 및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는 결합에는 보다 유연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며, 이를 새로운 기업결합 심사 지침(비구속적 지침)에 반영할 예정
프랑스·독일 기업 CEO 46인은 지난해 10월 양국 정상에게 유럽 챔피언 육성을 위한 기업결합 규정의 시급한 개편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한 바 있으며, 포르투갈 주요 기업들도 동조
반면 핀란드를 중심으로 한 8개 소규모 개방경제 회원국들은 "유럽의 글로벌 경쟁력은 개방성과 경쟁이 보장된 단일시장에 기반하는 것이며, 경쟁을 희생하면서 시장 집중을 허용하는 방식으로는 확보될 수 없다"고 반박
제한적 적용 가능성…방산·우주 분야 주목
리베라 집행위원은 회복탄력성 논거가 유효한 사례로, 외국 기업이 지배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유럽 대안 사업자를 창출하는 기업결합을 제시하며, 이러한 결합이 유럽 기업의 대헤 공급원 확보 또는 비EU 공급업체에 대한 협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
에어버스(Airbus)·레오나르도(Leonardo)·탈레스(Thales) 3사는 스페이스X(SpaceX) 독주에 대응하기 위해 60억 유로 규모의 통합 유럽 위성 사업자 창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EU 경쟁 당국과의 협의가 진행 중인 상태임
방산 분야의 경우, 공급망 안정성과 자율성 확보 논리를 바탕으로 기업결합 승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됨